성경

디도서 – '거짓과 쾌락' 크레타섬에서의 목회서신

성경탐구, 구원의 역사, bible153 2025. 6. 23. 10:53

 

세 장으로 구성된 디도서는 성경 66권 중 가장 짧은 책 가운데 하나다. 사도 바울이 디도에게 보낸 목회 지침서로 알려져 있지만, 목회자 대상 내용이다 보니 일반 교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짧은 서신이 신약 27권에 포함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디도가 사역했던 크레타섬은 거짓과 사기가 일상화돼 있고, 믿음보다는 현실적 안위와 쾌락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땅이었다. 복음이 뿌리내리기 가장 어려운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던 곳이다.

 

바울은 그런 척박한 곳에 디도를 남기며, 교회가 어떻게 세워져야 하고, 성도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디도서는 단순한 목회서신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증명하는 실제라 할 수 있다.


▍디도가 남겨진 땅, 크레타섬

“내가 너를 크레타에 남겨 둔 이유는, 남은 일을 정리하고 내가 명한 대로 각 성에 장로들을 세우게 하려 함이니” (딛 1:5)

 

디도는 크레타섬에서 사역하고 있었다. 크레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섬으로, 고대 해상무역과 항해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무역의 번영 뒤에는 거짓과 향락의 문화가 뒤따랐다. 바울은 1장 12절에서 당시의 속담을 인용한다.

“크레타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요, 악한 짐승이요, 게으른 배라” (딛 1:12)

 

이 표현은 크레타 출신 철학자 에피메니데스의 말로, 당시 사람들의 크레타 인식이 반영돼 있다. 바울은 “이 말이 참되다”라고 덧붙이며, 그 땅의 문화적 현실을 인정했다.


▍거짓과 쾌락의 대명사, 크레타인

크레타는 지리적으로 그리스 본토와 떨어져 있는 섬이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권에 있었지만, 농경보다는 바다에 의존해 살아갔다. 풍랑과 위험에 늘 노출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내일보다 오늘, 진리보다 현실, 신보다 생존을 우선시했다.

 

게다가 지중해 해상무역의 요지로 떠오르면서, 뜨내기 상인들을 상대로 한 현실적 이익 중심 문화가 형성됐다. 정직보다 유리한 거짓이 더 환영받았고, 신조차 실용적으로 다뤄졌다. 그리스 철학의 핵심인 제우스를 ‘죽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신성에 대한 경외보다 현실 중심 사고가 팽배했다.

 

바로 그 땅에 바울은 디도를 남겼다. 교회를 세우고, 장로를 세우고, 질서를 바로잡으라고 했다. 복음이 작동하기 가장 어려운 땅에서 복음의 실천을 요청한 것이다.


▍디도서의 구조와 핵심 내용

디도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

  • 1장: 장로의 자격, 거짓 교사에 대한 경고
  • 2장: 나이 든 자, 젊은 자, 종 등 계층별 윤리 지침
  • 3장: 복음을 받은 자가 선한 일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

대표 구절은 디도서 2장 11~12절이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 우리를 양육하시되, 경건하지 않은 것과 이 세상 정욕을 다 버리고, 신중함과 의로움과 경건함으로 이 세상에서 살게 하셨다”

 

디도서는 믿음과 윤리를 분리하지 않는다. 교회는 말씀이 아닌 삶으로 증명돼야 하며, 삶의 질서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맺으며

당시 크레타 사람들의 삶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향락, 현실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문화, 정직은 손해로 간주되고, 선한 행동은 순진하다는 비웃음 속에서 진리는 점점 작아진다.

 

도시 한복판, 온라인 공간, 경쟁과 계산이 일상이 된 인간관계 속에서 복음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디도서는 말한다. “그래도, 교회는 세워져야 한다. 그래도, 복음은 현실을 이길 수 있다.”

 

복음은 복잡한 철학이나 이론이 아니다. 삶 속에서 진실하게 살아내는 성도의 일상이다. 디도서는 교회 안의 질서를 세우는 동시에, 신자의 삶 전체에 복음이 흐르도록 인도하는 책이다.

 

디도서는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복음이 작동하기 어려운 땅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는 세워질 수 있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