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바울을 떠난 사람들 – 그 이름은 왜 성경에 남았을까

성경탐구, 구원의 역사, bible153 2025. 6. 8. 11:22

 

1.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다

사도바울의 서신을 읽다 보면,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마음 아픈 이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그를 떠나거나 복음을 거부했던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다"고 기록되었고(디모데후서 4:10), 휘메내오, 알렉산더, 부겔로, 허모게네 등 익숙지 않은 이름들도 서신 곳곳에 등장합니다.

 

왜 하나님은 이들의 이름을 성경이라는 거룩한 기록 속에 남겨두셨을까요? 복음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지만, 모두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바울의 고백(데살로니가후서 3:2)처럼, 그는 사역 현장에서 수많은 동역자와 함께 이탈자들도 경험했습니다. 배신과 고립조차 복음 전파의 일부였다는 이 솔직한 기록 속에서 우리는 믿음의 본질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바울이 실명 언급한 사람들

바울이 서신에서 실명으로 언급한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믿음에서 이탈하거나 복음을 방해했습니다.

데마 디모데후서 4:10 사역 중 세상을 사랑하여 바울을 버리고 떠남.
부겔로와 허모게네 디모데후서 1:15 아시아의 모든 사람이 바울을 버렸을 때, 이들도 포함됨.
알렉산더 디모데후서 4:14–15 바울에게 많은 해를 입혔고, 조심해야 할 인물로 경고됨.
휘메내오 딤전 1:20 / 딤후 2:17 믿음에 관해 파선하였고, 부활이 이미 지나갔다고 주장하여 교회를 흔듦.
빌레도 디모데후서 2:17–18 휘메내오와 함께 몇 사람의 믿음을 무너뜨림.
엘루마 (마술사) 사도행전 13:8–11 총독의 믿음을 방해하고 주의 바른 길을 굽게 함.
게바(베드로)와 바나바 등 갈라디아서 2:11–14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복음의 진리에서 바르지 못하게 행함.
유대인들 무리 데살로니가전서 2:14–16 예수를 죽이고 사도들을 쫓아내며, 복음 전파를 방해한 사람들.

3. 배신과 고립도 사역의 일부

이들 모두가 처음부터 배교자였던 것은 아니라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데마도, 부겔로도, 휘메내오도 바울의 동역자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고난과 유혹, 혹은 잘못된 교리로 인해 믿음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배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점진적인 이탈의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할 수 있거든 너희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로마서 12:18)고 권면했습니다. 이는 나를 거절하고 떠난 자들까지도 품으라는 복음의 윤리입니다. 바울이 이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단절의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경고와 동시에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기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믿음의 여정 - 그리스도인의 실천 윤리

믿음의 여정 속에서 사람은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바울 또한 "처음 변론할 때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주께서 내 곁에 서서 나에게 힘을 주셨다"(디모데후서 4:16-17)고 고백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사람을 통해 시작될 수 있지만, 주님과의 견고한 관계 위에 세워져야 끝까지 견딜 수 있습니다.

 

바울은 배교자들을 실명으로 기록하는 동시에,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쳤습니다. 바울 서신은 단순히 교리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실제적인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로마서 12:18)
  •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21)
  •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로마서 12:17)
  • "외인에 대하여 단정히 행하라" (데살로니가전서 4:12)
  •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내라" (골로새서 4:6)
  • "이단을 한두 번 훈계한 후 멀리하라" (디도서 3:10)

바울은 분별과 단호함을 강조하면서도, 정죄보다는 화목을 선택하고자 했습니다. 복음의 본질은 깨어진 관계의 회복이며, 선함과 온유함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가 바로 그리스도인의 실천 윤리인 것입니다.


4.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 사랑의 수고, 소망의 인내

바울이 배교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이유는 단지 과거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교회를 지키고 다음 세대를 위해 경계의 필요를 알리기 위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세상과 맞서는 투사처럼 살기보다는, 사랑으로 품고 끝까지 화목을 추구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생활 윤리는 단호함과 온유함의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상처받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복음 안에서 다시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윤리는 예수님처럼 먼저 사랑하는 자세, 거절당해도 다가가는 인내, 그리고 진리를 붙들되 정죄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 균형 속에서 우리는 다시 복음을 세상 가운데 심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