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로마서 16장을 통해 돌아본 교회론

성경탐구, 구원의 역사, bible153 2025. 3. 30. 11:20

로마서는 신학의 정수라 불릴 만큼, 바울이 전한 복음의 핵심이 정리된 편지다. 1장부터 11장까지는 죄, 구원, 믿음, 의로움이라는 복음의 진리들이 밀도 있게 전개되고, 12장부터는 ‘그러므로’라는 전환을 통해 그 복음이 삶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다룬다.

 

그러다 마지막 16장에 이르러 바울은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한다. 얼핏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인사말이고, 편지 말미의 예의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장은 단순한 안부 인사를 넘어, 로마서 전체를 꿰뚫는 복음의 실천이 ‘공동체 안에서의 구체적인 관계’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회론이라 할 수 있다.


■ 복음의 실천, 16장에서 보여주다

15장 마지막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 있으므로 능히 서로 권면함이라" (15:14)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 (12:13)

 

이 구절들은 복음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실제적 사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16장은 바로 그 실천의 구체적인 예시다. 바울은 자신과 복음을 위해 함께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역할과 헌신을 세밀하게 언급한다.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이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 이름과 표현으로 드러난 교회의 모습

로마서 16장에는 총 3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울은 그들을 단순히 열거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이름 옆에 짧지만 깊은 표현을 덧붙인다. 이 표현들은 그들이 어떤 태도로 교회 공동체를 섬겼는지, 복음 앞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뵈뵈 갱그레아 교회의 일꾼, 많은 사람과 나의 보호자
브리스가, 아굴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 생명을 위하여 자기 목까지 내놓은 사람들, 이방인의 모든 교회가 감사하는 사람들
에배네도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맺은 열매
마리아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사람
안드로니고, 유니아 나의 친척, 함께 갇혔던 사람들, 사도들에게 존중받는 사람들, 그리스도 안에 있기 전부터 나와 함께한 사람들
암블리아 주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
우르바노 우리 동역자
스다구 사랑하는 사람
아벨레 그리스도 안에서 인정받은 사람
아리스도불의 권속 주 안에 있는 사람들
헤로디온 나의 친척
나르기소의 권속 주 안에 있는 사람들
두루베나, 두루보사 주 안에서 수고한 사람들
버시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한 사랑하는 사람
루포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사람
루포의 어머니 내 어머니
아순그리도, 블레곤, 허메, 바드로바, 허마 함께 있는 형제들
빌롤로고, 율리아, 네레오와 그의 자매, 올룸바 그들과 함께 있는 모든 성도들

바울은 ‘동역자’, ‘수고한 자’, ‘사랑하는 자’, ‘주 안에 있는 자’, ‘목숨을 내놓은 자’와 같은 표현을 통해 각 인물의 삶과 섬김의 무게를 담담하게 증언하고 있다. 로마서는 4복음서와 사도행전보다 더 짧지만,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 복음의 실천 기록이다.


■ ‘주 안에서’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

바울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주 안에서’ 사랑하는 자, ‘주 안에서’ 수고한 자, ‘주 안에서’ 문안하라는 표현으로 소개한다. 이는 공동체의 연합이 인간적 친밀감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적 토대 위에 세워져 있음을 드러낸다.

교회의 연합은 혈연이나 취향이 아닌, 십자가에서 시작된 하나됨이다. 바울은 이를 강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주 안에서’라는 구절을 사용한다. 이는 상호돌봄의 이유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의 한 지체이기 때문임을 상기시키는 표현이다.

 

이름의 나열처럼 보이는 로마서 16장은 오히려 복음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어떤 공동체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모범 사례집이다. 바울은 이들을 통해 로마서 12장에서 말한 ‘새로운 피조물로서의 삶’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인사가 아니라, 복음의 실천적 모습에 대한 소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