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신앙생활의 중심이다. 기도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가 누구이며 하나님을 어떻게 믿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도를 말할 때, 습관적으로 “~해 주세요”, “~되게 하소서”, “~주시옵소서”와 같은 표현만을 반복한다.익숙한 말투이지만, 이 언어의 구조가 우리의 신앙을 점점 수동적이고 조건적인 상태로 이끌고 있다.
기도는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전적인 타락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위에 세워진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기도할 때, “하나님,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모든 걸 주님이 해주세요”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겸손처럼 들리지만, 문제는 여기에 머무를 때 발생한다.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인정하는 기도는 바르다. 그러나 기도는 동시에 나의 생각을 하나님께 아뢰고, 그 뜻에 따라 살아가려는 의지를 고백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주소서’라는 표현은 겉으로 보기엔 신뢰처럼 보이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면 결국 ‘주시면 하고, 안주시면 못 한다’라는 피동적 태도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주소서’ 기도가 신앙을 편향시킨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 나아간다. 하지만 그 기도의 내용과 언어가 언제나 청원에만 머무르면, 우리는 신앙을 받는 일, 얻는 일로 오해하게 된다. “낫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하나님이 해주셔야만 낫는다는 수동적 조건을 내포한다. “낫기를 원합니다”는 하나님께 나의 바람을 아뢰되, 그 뜻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자유의지의 고백이다.
기도는 하나님이 다 해달라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뜻에 내가 참여하겠다는 신앙적 책임감이 함께 담겨야 한다. 하지만 수동적 기도 언어는 이 참여의 책임을 흐리게 만든다.
언어는 생각을 지배한다
‘주소서’라는 말은 단지 말투가 아니다. 이 언어에 익숙해지면, 기도자는 점점 자신의 역할과 실천을 내려놓는 신앙 구조에 익숙해진다. 이런 기도는 세 가지 신앙적 문제로 이어진다.
- 기도는 부탁이고, 응답은 필수라고 믿는다
- 하나님은 주셔야 하고, 나는 기다리는 사람에 머문다
- 응답이 없으면 기도도 멈춘다
결국 기도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아니라 조건적 요청과 응답의 사이클로 변질된다. 신앙은 자라지 않고, 기도는 반복될수록 공허해진다.
기도는 신앙의 결단이다
기도는 단지 원하는 것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아뢰고, 그 뜻에 따라 내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를 고백하는 시간이다. “이웃과 잘 지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제가 이웃과 화목을 이루는 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라는 표현은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는 책임과 순종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표현이 바뀌면, 기도의 주체가 하나님을 향한 수동적 청원자에서 하나님 나라를 실천하는 신앙의 참여자로 바뀐다.
기도 언어를 바꾸면 신앙이 회복된다
기도를 능동적으로 바꾼다는 건 '하나님이 하실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되, 그분의 뜻에 내가 반응하고 순종하겠다는 태도를 담는 것이다. 기도문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 “이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 “이 문제를 믿음 안에서 감당하기를 원합니다”
- “이 길을 열어 주세요” → “이 길을 주님의 지혜로 분별하기를 소원합니다”
- “낫게 해 주세요” → “회복을 소망하며 오늘을 견디겠습니다”
이런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기도는 주님과 동행하는 연습이다
기도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따라 살아가는 태도의 시작점이다. ‘주소서’에만 익숙한 기도는 우리의 신앙을 점점 피동적이고 편향되게 만든다. 하지만 기도를 통해 아뢰고, 고백하고, 결단하기 시작하면 신앙은 더 깊어지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더 명확해진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이제는 말부터 바꿔보자. ‘주세요’가 아니라 “원합니다.” “소원합니다.” “그리 살겠습니다.” 그 언어가 기도를 바꾸고,기도가 삶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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