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 보면 "이건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구절들이 있다. 표현은 분명한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니면, 정말 하나님이 그렇게 시키셨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 장면들이 있다. 흔히 오해받기 쉬운 성경 속 세 장면을 정리했다.
1️⃣ “벌레에게 먹혀 죽은 헤롯”
사도행전 12:23
“헤롯이 영광을 하나님께로 돌리지 아니하므로
주의 사자가 곧 치니 벌레에게 먹혀 죽으니라”
이 장면은 하나님의 징계하심으로 헤롯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레에 직접 먹히는 장면으로 오해되기 쉽다. 그러나 헬라어로 ‘벌레’(σκώληξ)는 곤충만이 아니라 기생충도 의미한다. 요세푸스 기록에 따르면 헤롯은 복통과 장기 이상으로 5일간 고통받다 죽었다고 했다. 당시는 위생이 불결해 기생충으로 죽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들이 보기에 헤롯이 교만하게 행동해서 심판을 받아 죽었다기 보다는, 음식을 잘못 먹어 복통을 앓다가 죽었다고 이해할 가성이 높다. 하지만, 성경은 이것을 교만한 자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악인인 지금도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심판하시지만, 그게 인간의 관점에서 원인과 결과로 이해되지 않고, 자연적인 현상의 하나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예수님에게 표적을 보여달라고 했던 바리새인들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님이 심판하시기를 바라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2️⃣ “입다의 딸을 번제로 바치다?”
사사기 11:30~31, 39~40
“누구든지 내 집에서 나오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로 드리겠나이다 …
입다가 그에게 서원한 대로 행하니라. 그 딸이 남자를 알지 못하였더라
…이스라엘의 딸들이 해마다 와서 입다의 딸을 위하여 나흘씩 애가를 하더라”
입다의 서원은 문자적으로 보면 인신공양처럼 보인다.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의 인신공양을 허용하셨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번제’라는 말은 구약에서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헌신을 뜻하기도 한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도 아들을 헌신하기로 서원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자를 알지 못하였다’는 표현, 그리고 여인들이 해마다 딸을 기억하며 슬퍼했다는 내용은 그녀가 입다의 경솔한 서원으로 처녀귀신으로 죽어, 불쌍해서 울었다고 오해할 소지가 많다. 그런데, 그녀가 남자를 알지 못한 정결한 상태에서 하나님의 일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했고, 그를 통해 다른 여인들도 세속에 살면서 하나님께 범죄한 것들은 없는지 해마다 돌아보는 회개의 시간을 가진 것이 애가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애가는 그의 헌신 앞에서 자기 신앙을 돌아보는 고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3️⃣ “대머리 놀렸다고 곰이 사람을 찢다?”
열왕기하 2:23~24
“작은 아이들이 그를 조롱하여 이르되 ‘대머리여, 올라가라 대머리여, 올라가라’
…곧 암곰 둘이 나와서 아이들 중 마흔둘을 찢었더라”
엘리사의 외모를 놀린 아이들이 즉시 곰에게 죽임을 당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것도 42명씩이나 집단으로.. 하지만 여기서 ‘대머리’는 단순한 놀림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 즉 선지자의 권위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올라가라’는 표현 역시 바로 앞 장면에서 엘리야의 승천을 비꼰 조롱이다. 결국, 하나님을 믿지 않던 이들이 선지자를 조롱했고, 하나님은 이를 말씀에 대한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불순종으로 판단하시고 심판하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작은 아이들'이라는 표현도 히브리어에는 청소년 이상도 포함된다. 곰의 출현 또한 엘리사가 곧바로 명령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게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말씀처럼,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즉시적 징벌이 아니라, 또다른 사냥과 같은 현장에서 곰에게 습격을 당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당시 사람들은 대머리라는 놀림과 그들의 죽음을 연결해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이뤄진 심판이라는 점을 성경은 전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에 먹여 죽은 헤롯처럼, 자연 물리적 현상을 인간 감정의 보복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성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는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1) | 2025.03.29 |
---|---|
주기도문은 왜 가르쳐 주셨을까? (1) | 2025.03.29 |
하나님은 왜 선악과 나무를 만드셨을까? (0) | 2025.03.28 |
달란트와 므나 비유, 어떻게 다른가 (0) | 2025.03.14 |
출애굽 42진영과 예수의 42대 족보 (1) | 2025.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