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마태복음 25장, 익숙한 본문에 대한 낯선 질문

성경탐구, 구원의 역사, bible153 2025. 4. 22. 10:28

마태복음 25장 31절부터 46절까지 등장하는 ‘양과 염소의 비유’는 예수님이 종말의 심판 장면을 묘사하며 하신 말씀이다. 많은 교회에서 이 비유를 흔히 “신자와 불신자의 구분”으로 설명하지만, 성경 본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구분 이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선 글에서 무천년설, 전천년설 신학 논쟁이 얼마나 성경에 대한 신자들의 사고를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예이다.


1. 모든 민족을 불러모은다 – 신자 포함인가, 제외인가?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나누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나누는 것 같이 하여...” (마태복음 25:31–32)

 

‘모든 민족’(Greek: panta ta ethnē)은 복음서에서 대체로 이방인을 의미한다(예: 마 28:19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여기서도 ‘모든 민족’은 신자와 불신자를 모두 포함한다는 전통적 해석이 있는 반면, 전천년설 관점에서는 환난 이후 살아남은 불신자들만을 대상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 장면이 예수님의 재림 이후 심판이라면, 신자들은 이미 부활 또는 휴거로 구별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너희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 하나님의 자녀인가, 아닌가?

“그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그 나라를 상속받으라…” (마 25:34)

 

신자들은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 또는 “아바 아버지”라 부른다(요 1:12, 롬 8:15). 그러나 이 비유에서는 “너희 아버지”가 아니라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라는 간접적 표현이 사용된다. 이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명확한 신분을 지칭하지 않은 표현으로, 이들이 반드시 신자라기보다는 축복을 받은 피조물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3. ‘영생에 들어간다’는 표현의 의미는?

“이들(염소)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 하시니라.” (마 25:46)

 

요한복음은 영생이 신자 안에 이미 주어진 생명으로 묘사한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요 5:24)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요 17:3)

 

그러나 마태복음 25장에서는 ‘영생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사용되어, 소유가 아닌 진입을 나타낸다. 이 점은 이들이 영생을 본질적으로 소유한 신자들이 아니라, 심판 이후 허락받아 들어가는 자들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나의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는 누구인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

 

복음서에서 ‘형제’는 대개 믿는 자, 제자 공동체를 가리킨다(마 12:50). 따라서 이 비유에서 ‘작은 자’는 일반적인 사회적 약자라기보다는 신자들, 특히 대환난날에 남아있는 신자들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비유는 불신자들이 신자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심판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여호수아 2장에서 라합이 정탐꾼을 숨겨 구원받은 사례와 유사한 구조이다.


5. 왕권과 백성의 구별 –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차이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단지 천국에 들어가는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릴 자들로 묘사한다.

“그들이 살아서 그리스도와 함께 천 년 동안 왕 노릇 하니.” (계 20:4)

“우리가 참으면 그와 함께 왕 노릇 할 것이요...” (딤후 2:12)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마 25:14~30)에서도,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남긴 종에게는 ‘많은 것을 맡기겠다’는 통치권 위임의 약속이 주어진다. 반면 양과 염소의 비유에 나오는 ‘양들’은 그저 “의인”으로 불리며 통치하거나 왕권을 받았다는 표현은 없다. 이는 이들이 천국 백성은 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왕적 권세는 갖지 않은 자들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6. ‘양’은 신자인가? 아니면 천국 백성인가?

정리하면, 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 비유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시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무천년설 해석  ㅡ  전천년설 해석

 

‘모든 민족’ 인류 전체 (신자+불신자) 대환난 후 생존한 이방인 불신자
‘양’ 예수 믿은 신자 예수는 믿지 않았으나 신자를 선대한 의로운 이방인
‘영생에 들어감’ 구원의 최종 완성 긍휼의 심판을 통과한 자에게 허락된 천국 입성
‘왕권’ 신자에게 상속됨 신자만이 통치자, 양은 천국 내 피통치자 역할

양과 염소의 비유는 단순한 구분이 아니다. 이 비유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통치 권세를 받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천국 백성이 된다는 말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교회생활을 열심히 해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어떤 신학원리를 중심으로 성도들에게 가르치냐에 따라서 예수님이 하는 말씀에 대한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고백하는 믿음의 삶이라는 큰 줄기에서는 변함이 없다. 다만, 어쩡쩡하게 혼재된 시각으로 성경을 이해하게 되면 말씀의 능력이 우리의 삶 속에 제대로 투영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질문들 조차도, 하나님 앞에 조용히 무릎꿇고 기도와 묵상으로 접근하다 보면, 성령의 가르치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