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이 없으면 믿음이 약한 걸까? - 성경과 과학이 말하는 방언
1. 성경이 말하는 방언
고린도전서 14장은 방언과 예언의 은사를 가장 구체적으로 다룬다.
“방언을 말하는 자는 사람에게 하지 아니하고 하나님께 하나니, 이는 알아듣는 자가 없고 그가 영으로 비밀을 말함이라.” (고전 14:2)
방언은 하나님께 드리는 ‘영의 말’이다. 공동체에 유익을 주기 위해서는 통역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 기도로 사용해야 한다.
- “방언을 말하는 자는 자기의 덕을 세우고, 예언하는 자는 교회의 덕을 세우나니.” (고전 14:4)
- “그러므로 방언을 말하는 자는 통역하기를 기도할지니라.” (고전 14:13)
- “두 사람이나 많아야 세 사람이 차례대로 하고 한 사람이 통역할 것이요… 통역하는 자가 없으면 교회에서는 잠잠하고 자기와 하나님께 말할 것이요.” (고전 14:27–28)
바울은 방언의 유익을 인정하면서도 질서와 절제를 강조했다.
2. 기독교 밖에도 있는 방언 현상
방언은 신앙 고백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심리와도 관련이 있다. 학문적으로 방언은 ‘글로솔랄리아(glossolalia)’라 불리며, 실제 언어 구조를 따르지 않는 무의미한 음절의 반복이다. 이런 발화는 기독교 외에도 나타난다.
무속, 샤머니즘, 밀교, 힌두교의 쿠날리니 요가 등에서도 신접하거나 몰입 상태의 수행자들이 의미 없는 웅얼거림이나 주문을 반복한다. 이는 일반 언어가 아니라, 감정 기반의 ‘비언어적 소리’로서 방언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이처럼 방언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간이 초월적 존재와 접촉하려는 시도 속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반응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성경에는 이와는 다른 ‘언어적 방언’도 등장한다. 사도행전 2장, 오순절 성령 강림 당시 제자들이 성령을 받고 말한 방언은 실제 외국어였다.
“각 사람이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 (행 2:6)
이처럼 의미가 통하는 외국어 방언은 오늘날도 간혹 보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자신도 모르게 외국어로 기도했고, 그 자리에 있던 외국인이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들었다는 간증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언어적 방언’은 소수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현대 방언은 실제 언어가 아닌, 감정과 내면에서 솟아나는 비언어적 소리로 나타난다.
3. 심리학과 뇌과학이 본 방언
방언은 깊은 종교적 몰입이나 감정의 극단 상태에서 발생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카타르시스(catharsis)의 한 형태로 해석한다. 억눌린 내면이 초월적 대상 앞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라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뉴버그 박사 연구에 따르면, 방언 중에는 일반 언어 처리 영역(브로카 영역)이 비활성화되고, 오히려 감정 및 자기조절 관련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는 방언이 의미 전달을 위한 ‘언어’라기보다, 감정과 영적 몰입의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소리임을 보여준다.
4. 비명, 탄식 등과의 연관성
사람은 말로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공포의 순간에 나오는 비명, 슬픔이나 피로의 탄식, 기쁨과 고통이 섞인 울음 등은 모두 의미보다는 느낌, 문장이 아닌 상태를 드러내는 소리다.
방언도 이 범주에 속한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의 소리. 그것이 바로 방언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울림이자, 신과의 교감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적 표현이다.
5. 성경에서 말하는 방언의 유익과 주의점
- 개인 기도 언어: 하나님과의 내밀한 교통
- 비밀스러운 발화: 영으로 드리는 깊은 표현
- 자기 덕을 세움: 신앙 내면을 강화함
- 공동체 유익: 통역이 있을 경우 예언처럼 작용
- 질서와 절제 필요: 공적 모임에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함
6. 방언은 신앙의 표현이지, 신앙의 척도가 아니다
방언은 언어 이성과 논리를 초월한 영적 내면의 소리다. 성경은 방언을 금하지 않으며, 그 유익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용은 질서와 절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방언은 결코 구원의 조건이 아니다. 모든 신자에게 방언이 주어지지 않으며, 억지로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
“다 방언을 말하겠느냐?” (고전 12:30)
일부 집회에서 방언을 무분별하게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분위기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바울은 통역 없는 방언은 공동체에 유익하지 않으며, 자제할 것을 권면했다. 방언은 하나님과 단둘이 있는 골방에서,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흘러나오는 은혜의 표현이다. 감정의 해방일 수 있고, 영혼의 울림일 수 있다. 다만, 항상 질서와 절제를 잃지 않은 채 사용되어야 한다.